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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예술의 전당’(감독 이준섭)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50)

발행일 : 2017-02-15 16:35:54

이준섭 감독의 ‘예술의 전당’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비가 오는 밤 택시기사 원일(우정국 분)은 우연히 바이올린을 갖게 되는데, 바이올린을 잃어버린 영희(오혜수 분)와 엄마 화영(박명신 분)은 걱정이 태산이다.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디테일의 힘, 일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

‘예술의 전당’은 택시에서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택시가 특별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인식을 먼저 심어준 후, 비 오는 밤의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외부 환경을 보여준다.

택시기사가 바이올린을 줍는다면 손님이 택시 안에 바이올린을 놓고 내렸을 것이라고 흔히 예상할 수 있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원일의 손에 바이올린이 들어온다. 택시기사가 분실물을 습득하는 일반적인 상황을 만들면서도, 디테일은 다르게 만들었다.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예술의 전당’에서 원일이 선생님 선아(김수진 분)와 만나는 장소는 예술의전당이고, 그 이전에도 택시가 이동하는 동선은 예술의전당 인근이다.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고유명사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일반 명사로 받아들일 수도 있도록 중의적으로 제목을 선정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계속 듣다 보면 소리가 들린다

‘예술의 전당’은 바이올린의 가치는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고 바이올린의 진짜 소리는 들을 줄 아는 사람들만 들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문가인가 일반인인가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좋아하면 어느 순간 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경험해 본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영화의 경우에도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볼 정도로 좋아하는 마니아는 처음에는 일반 관객이었을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아티스트와 창작자의 시야를 갖게 될 수 있다. 이는 오랜 경험의 축적일 수도 있고, 가치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도 300만 원 바이올린보다 1억 5천만 원 바이올린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바이올린이 비싼 바이올린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바이올린 소리가 다르게 들릴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들으면 들릴 수도 있다.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아티스트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아티스트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결국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다. 우리가 문화예술을 작품을 볼 때 얻고자 하는 것이 예술적 감동과 행복감이라면, 우리를 위해서라도 아티스트를 존중해야 한다. ‘예술의 전당’에서도 이런 뉘앙스를 전달한다.

◇ 보조 출연자로 관객석을 채우지 않은 아이디어

‘예술의 전당’은 공연 장면에서 관객석을 모두 보조 출연자로 채우기보다는 빈자리를 뒀는데,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특히 제작비를 충분히 쓸 수 없는 단편영화, 독립영화의 경우 공연장의 관객석 전체를 채울 수도 어설프게 일부분만 채울 수도 없다.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예술의 전당’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감독은 이를 위해 콩쿠르 예선이라는 아이디어를 선택했다. 만약 콩쿠르 예선이라는 설정이 아니었다면 마지막 시퀀스로 인해 영화 전반의 개연성이 흔들렸을 수도 있다. 잘 선택한 아이디어 하나가 얼마나 감동적인 여운을 남길 수 있는지 ‘예술의 전당’은 보여줬다.

바흐의 ‘Partita No.3 in E Major, BWV 1006, “Prelude”’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다는 기억이 떠오를 수 있는 곡인데,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아는 노래를 영화를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해할 것이다.

아는 음악을 더 듣고 싶어서 엔딩크레딧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관객들이 갖게 한 것은 감독의 똑똑한 선택이다. 이준섭 감독이 스토리가 더욱 강화된 장편 음악영화를 만든다면 어떨까 기대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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