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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작(10)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발행일 : 2016-11-30 16:47:24

문명환 감독의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이혼한 엄마와 살고 있는 소녀가, 거리의 소년이 머물 곳을 찾는 여행에 함께 하는 내용이 담긴 작품이다.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경쟁 섹션의 단편 영화로, 이번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된다.

◇ 아이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차분히 바라보는 영화

방학에 댄스 학원을 다니는 하정(송하정 분)은 방학 후에도 댄스를 계속해 공연에 같이 나가고 싶어 한다. 윤찬(박솔로몬 분)은 집 계약을 해 살 곳을 마련하고 싶기도 하고,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하정과 윤찬, 두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차분히 바라보는 영화이다. 춤을 추고 싶은 하정과 집을 갖고 싶은 윤찬이 바라보는 세상은 그리 녹녹치 않지만, 그들은 절망이나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고, 성숙하게 그들의 앞에 벌어진 일들과 마주한다.

하정과 윤찬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의 우정도 아니고, 서로 호감을 갖고 사귀는 사이도 아니다. 감독은 둘의 관계를 무덤덤하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사이로 설정해 영화의 주제가 분산되는 것을 막는다. 두 아이가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의 관계는 모두 차분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윤찬이 머물기 위해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성장은 무척 역동적이거나, 자극적인 상황의 교훈을 통해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감독은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성장은 특별한 계기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그들의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는 기본적 사실을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어설프게 위로하지 않는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아픔과 슬픔을 어설프게 위로하지 않는다. 어설프게 훈계하지도 않는다.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곁에 있어 주는 것, 나도 비슷한 아픔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문명환 감독이 선택한 고차원적인 위로의 방법은, 어쩌면 실생활에서 감독이 받기를 원했던 위로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하정의 엄마(최지영 분)는 전 남편의 재혼 이야기를 크게 주저하지 않고 딸과 이야기한다. 분노와 배신감, 미움의 감정을 떠올릴 수도 있는 순간에, 남 이야기를 하듯 말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아픔을 대하는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동화 같은 영상, 서정적인 음악을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안에 있는 이야기가 밝지만은 않지만, 영화는 불행을 극도로 강조하지 않는다. 자극적으로 이끌어 갈 수도 있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진행한다는 점은 이 영화가 주는 공감과 힐링의 주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단편 영화가 주는 반전의 미학도 담담하게 전달한다. 감독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으려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힌 바 있다. 아이들을 갑자기 성장시키지 않고 조금씩 성장시키는 이야기 속에서, 성장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되뇌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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