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례 감독의 ‘등에’는 원인불명의 등 가려움 때문에 잠 못 이루는 한 남자를 다룬 작품이다.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경쟁 섹션의 단편 영화로, 이번에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된다.
![‘등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6/11/30/cms_temp_article_30201458521332.jpg)
◇ 하나에 집중하는, 단편 영화의 집약된 묘미를 보여준 작품
‘등에’는 단편 영화의 집약된 묘미를 보여준 작품이다. 여러 가지 소재와 갈등을 섞지 않고, 단 하나에 집중한다. 등이 가려운 남자(정승민 분)는 가려움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모두가 잠든 새벽에 거리를 배회한다.
정승민은 새벽 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정승민이다. 등이 가렵다는 모습 이외에 구차한 설명이나 인위적인 개연성 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등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6/11/30/cms_temp_article_30201503760840.jpg)
단편 영화의 길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단편 영화에서도 많은 것을 담는 최근의 경향에 비춰봤을 때, ‘등에’는 기본 개념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관객은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영화에 집중하면 된다.
영화 속에서의 등 가려움처럼, 아토피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현대에는 꽤 많다. ‘등에’는 비슷한 고통이 있는 사람들은 격한 공감을 줄 것이고,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고통이 있는 사람의 행동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시간을 선사한다.
![‘등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6/11/30/cms_temp_article_30201508030225.jpg)
이 작품은 현상 자체를 통해 내면의 고통을 표현을 표현한다. 새벽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은 어둡게 나오기 때문에 정승민의 표정을 디테일까지 모두 명확하게 볼 수 없더라도, 행동만으로 표정과 내면이 전달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 결핍은 타인으로부터 채워지지 않는다
“결핍은 타인으로부터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은 감독의 연출의도이다. 정승민이 거리에서 만난 오진욱, 김이제, 이진우에게 등을 긁어달라고 요청하지만 정승민의 가려움이 해소되지 않는 것을 연결해 바라볼 수도 있다.
![‘등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6/11/30/cms_temp_article_30201511484555.jpg)
결핍이 타인으로부터 채워지는지의 여부는 상황에 따라,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관계성에서 나온 결핍은 스스로 채우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채워야겠지만, ‘등에’처럼 자신이 소유한 결핍은 타인으로부터 채워질 수 없을 것이다.
‘등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늘 고려하고 있지 않은 문제로 인해 정말로 심각하게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마음을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것, ‘등에’가 남긴 여운이다.
![‘등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6/11/30/cms_temp_article_30201515322227.jpg)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