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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작(15) ‘구덩이’

발행일 : 2016-11-30 23:51:34

강산 감독의 ‘구덩이’는 망하는 결혼이 망하는 이유에 대해 다룬 작품으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경쟁 섹션의 단편 영화이다.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다.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불편한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내, 더욱 가깝게 다가간다

‘구덩이’는 영화의 시작과 끝이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됐다.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애니메이션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음악과 함께 관객을 집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만약 분위기 잡으며 시작해서 심각하게 마무리했다면 밝은 느낌의 여운이 남지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주제에 가까이 가는 것이 불편해졌을 수도 있다.

김장을 하던 아내 미선(김수연 분)은 지로(윤정로 분)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안된다고 한다. 왜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느냐는 지로의 불만에 미선은 구체적인 사례를 차례로 열거한다.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구덩이’에서 바람을 피운 지로는 내연녀 혜영(박선영 분)으로부터 이혼하라는 요청과 압력을 받는다. 모든 상황으로부터 회피하고 싶었던 지로는 도망가지도 못하고 일은 점점 더 꼬인다.

이 작품은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무척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음 장면이 계속 궁금해진다. 사랑은 불안함을 수반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주인공들의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는 아슬아슬함이 긴장감을 준다.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나와 나타샤의 흰 당나귀, 처용의 노래

‘구덩이’는 시와 노래에서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구절들을 가져와 영화 속에 활용한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의 흰 당나귀’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나타샤로 부르는 것처럼, 지로도 혜영을 나타샤로 부른다. ‘나와 나타샤의 흰 당나귀’는 현재 동명의 창작 뮤지컬로 제작돼 공연 중이다.

‘나와 나타샤의 흰 당나귀’로 사랑의 달달함을 노래했다면, 처용의 노래를 통해 상황을 묘사한 장면은 대비되며 돋보였다. 하나의 시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대비되는 상황을 모두 인용한 점은 ‘구덩이’가 하나의 작품에 매여 있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다.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주연 배우의 얼굴과 배역의 이름을 매치시켜 보여준 것은 무척 탁월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누구인지 알려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스타급 배우들이 아닌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이러한 방법은 무척 유용하다.

‘구덩이’를 보면 강산 감독은 재치도 있고 장난기도 있는 감독으로 생각된다. 그가 긴 호흡의 장편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해학을 발휘할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웹드라마도 잘 만들 것이라고 추측되기도 한다. 그의 차기작을 기대한다.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구덩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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