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작(17) ‘바위너구리들’

발행일 : 2016-12-01 13:00:32

임유리 감독의 ‘바위너구리들’은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8명의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경쟁 섹션의 단편 영화이다.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사람들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영화

‘바위너구리들’는 이전에 접한 적이 없던 독특한 형식의 영화이다. 대화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영상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8명의 대화 참여자인 곽재원, 권구은, 박인배, 이정식, 이철웅, 임노식, 정지혜, 현숙행은 영화 속에서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영상에는 울산석유화학공단의 모습이 보이는데 대화는 공단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 대화도 있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 같은 대화도 있다. 대화에 참여한 8명은 병의 공포에 찌든 신경증자, 음모론을 믿는 망상증 환자, 잠에 집착하는 몽유병 환자, 시대착오적 종교 맹신론자, 가면성 우울증 환자, 미신론자, 섹스 중독자 등이다.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영화 속 첫 대화는 독백이다. 독백의 내레이션은 SF 영화가 펼쳐질 것 같은 분위기 조성했다. 영화는 공단의 이미지를 평범하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몰아가지도 않는다. 대화로 전달되는 각자의 이야기는, 공단의 영향이 아닌 곳에 사는 현대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바위너구리들’은 영상이 소실된 채 음향만 남아있는 영화를 재생해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대화가 주된 장르에서 배경 영상과 배경 음악이 덧붙여진 느낌을 주기도 한다. 대화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수필이 낭송되는 것 같기도 하고, 리허설 리딩 오디오에 분위기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가이드 영상을 붙인 느낌도 든다.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감독은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을까?

감독은 관객들이 대화에 초집중하도록 만들면서, 등장인물이 얼굴이 등장할 때 생길 수 있는 다른 해석과 수용을 배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영상도 움직임이 많지 않도록 해, 이미지적으로만 전달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개인 미디어 기기의 발전과 보급으로 우리는 이동 중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적용하면, ‘바위너구리들’은 이어폰을 꽂고 이동 중에 관람하는 최적화된 영화이다. 영상은 이미지적으로만 보면 되기 때문에 작은 화면이 갖는 한계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대화가 거의 없이 보이는 미장센 위주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다. ‘바위너구리들’에서 남다른 이야기를 하는 8명과 그들의 대화처럼, 감독은 본인만의 독창적인 형식을 시도한 것일 수도 있다.

거대했던 공단의 이미지는 나이가 들수록 변해간다는 감독의 말처럼, 같은 존재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정서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 존재가 변했을 수도 있고, 존재는 그대로인데 정서가 변했을 수도 있다.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바위너구리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