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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작(18) ‘수난이대’

발행일 : 2016-12-01 18:41:06

김한라 감독의 ‘수난이대’는 가장 어려운 관계이자, 끝내 벗어날 수 없는 핏줄인 부자 간의 애증을 담은 작품으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경쟁 섹션의 단편 영화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된다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인터넷의 세계에서 주목받고 싶은 사람들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개인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고 무너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받고는 싶지만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는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주변에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그 사람이 어떤 성과를 냈다고 해도 잘 인정하지 않거나, 속으로는 인정하더라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연예인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나의 과거를 알지 못 했던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사이버 세계는 그런 욕구를 펼칠 수 있는 세계이자 공간이 된다. 과시하고 싶은 욕구는 무의미한 경쟁심으로 이어지고, ‘좋아요’의 숫자에 내 행복이 정해지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수난이대’는 사이버 세계에서 사람들의 그런 욕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강하게 글을 쓰고 비난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강한 성격을 가진 것 같지만 대부분 평범하거나 오히려 소심한 성격을 가진 경우도 많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익명의 공간에서 과도하게 분노가 표출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아버지와 아들은 증오의 관계인가? 적대감의 관계인가? 
살부계는 친일파나 지주의 아들이 각자의 아버지를 서로 대신 죽여주기 위해 만든 조직이었다. ‘수난이대’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살부계는 정의감이나 분노가 표출돼 만든 조직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베스트 글로 주목을 받기 위해 만든 조직인지 명확하지 않다.
 
증오심, 적대감인지 아니면 단순한 과시 욕구인지에 따라서 근찬(하성광 분)과 진수(정재광 분)의 부자 관계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살부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의도는 아니었다면, 대화 등의 방법을 사용해 개개의 이야기로 개연성을 부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이지만, 끝내 벗어날 수 없는 핏줄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세상의 부자 관계 중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많을 수 있으나, 모든 부자 관계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가 아들과 친구처럼 또는 친구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고, 이기적인 마음에 대항하는 증오와 적개심만 남아 있는 사람도 있다. 과잉 일반화의 오류는 실체를 바라보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수난이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영화 속에서 부자 간의 갈등의 원인과 이유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도 몰입해 공감할 수 없게 만든다. 다른 학생들의 갈등 원인은 몰라도, 근찬과 진수의 갈등 원인은 관객들과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아들 진수가 팔의 상처를 아버지 근찬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아예 보여주지 않은 것 이상으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수난이대’는 민감한 감정을 날서게 만들 수 있는 영화였다. 진한 카타르시스에 긴 여운을 남길 수도 있는 영화였다. 디테일과 연결고리가 탄탄했으면 어땠을까? 단편 영화이기 때문에 전부를 표현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좋은 소재를 가지고 어디서 본 듯한 영화로 표현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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