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하 감독의 ‘총과 토끼’는 비정상적인 모습과 상황들이 오히려 일상적으로 비치는 사회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긴장감이 감도는 강화도로 MT를 온 대오(박성민 분)를 통해 조명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본선경쟁 섹션의 단편 영화이다.
◇ 비정상적인 모습과 상황이 오히려 일상적으로 비치는 사회
대오는 고향인 강화도에서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인철(이익준 분), 성국(박아성 분)과 우연히 마주친다. 그들과 억지 동행 중, 대오는 차에 숨겨져 있던 권총 한 자루를 발견한다.
영화는 우리나라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전쟁의 위험에 더욱 가까이 있는 지역인 강화도가 영화의 배경 지역이다. 강화도는 전쟁 위험이 있는 지역이면서도, 서울 사람들이 여행을 자주 가는 지역이기도 하다.
영화는 비정상적인 경쟁의식을 포함한 긴장감으로 대오에게는 직접적인 관객에게는 심리적인 압박을 가한다.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동급생을 만나 또다시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은 냉철하게 생각하면 합리적이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일인데, 우리는 그런 모습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감독은 비정상의 일상화를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응징하고 정리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재연함으로써 현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관객은 영화를 볼 때 감정이입해서 보기도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기도 하는데, 제3자적 입장에서 비정상적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총과 토끼’에서 대오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며 감정이입한 관객들을 대오로부터 빠져나오게 만든 반전도 이런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 갈등의 격발, 박성민의 연기 변신
‘총과 토끼’에서 대오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가장 큰 쓰레기일 수도 있는 캐릭터이다. 대오를 불쌍하게 여겼던 관객은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대오 역에 감정이입하지 않고 박성민의 연기만 보면, 그의 두 가지 연기는 무척 돋보인다. 속절없이 당하는 나약한 모습과 약자 앞에서 억압된 울분을 폭발하며 강해지는 비열함과 잔인함을 박성민은 실감나게 표현한다.
영화에서 갈등의 격발과 총의 격발은 이런 대오의 이중적 태도와 박성민의 연기력으로 개연성을 확보한다. ‘총과 토끼’를 보며 감독이 말하고자 한 비정상의 일상화의 위험성을 인지했더라도, 영화의 여운이 사라질 때쯤, 우리는 다시 비정상의 일상화 속에 있을 수 있다. 픽션으로 만들어진 ‘총과 토끼’에서 다큐멘터리라는 느낌도 받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