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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작(11) ‘안개는 걷히고’

발행일 : 2016-11-30 19:15:53

김성진 감독의 ‘안개는 걷히고’는 평범한 삶에 찾아온 흔한 불행을 이겨내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경쟁 섹션의 단편 영화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된다.

◇ 불행을 대처하는 담담한 자세

‘안개는 걷히고’에서 한 가족(곽민준, 박현영, 김도엽 분)은 멀리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이들은 출국 전 안 좋은 소식을 접하고, 또 다른 안 좋은 선택을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한다.

‘안개는 걷히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안개는 걷히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영화는 시작할 때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언가 급박한 일이 벌어진 것 같지만, 물차는 그저 도로를 청소하고 있고, 행인은 그냥 천천히 거리를 걷는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단순한 인트로 영상으로 넘길 수도 있는 처음 장면이 영화의 분위기와 방향성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불행을 맞은 가족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불행에 대해 억울해하며 현재 상황을 부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역경을 극복할 강한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명하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믿음으로 가득한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하고, 달리 보면 대책 없는 낙관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안개는 걷히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안개는 걷히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독특한 표정들 못지않게 단답형의 대화도 주목된다. 그들은 길게 대화하지 않는다. 불행한 상황을 말로 풀어내지 않으며, 시를 읊 듯 꼭 필요한 대화만 함축적으로 한다. 배경 음악 중 느린 춤곡은 단답형의 대화로 감정선이 끊어지는 것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 장편 영화를 편집해 단편 영화로 만든 것 같은 구성

장편 영화와 단편 영화는 상영시간의 차이도 있지만, 호흡을 길게 갈 것인가 짧게 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내재적으로 더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길게 한다고 장편 영화가 되고 짧게 한다고 단편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구성 자체가 다른 장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개는 걷히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안개는 걷히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안개는 걷히고’는 독특하게도 장편 영화를 편집해 단편 영화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이 훨씬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많은 대화 중 핵심만 남기다 보니 오히려 대화가 더 짧아졌다고 느껴진다.

영화 속 “외로움을 견디려면 돈이 필요하다”와 “돈이 없어서 외롭다”는 대사는 비슷하면서도 묘한 차이를 전달한다. ‘안개는 걷히고’는 현대판 해학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에도 안개가 걷히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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