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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작(14) ‘홍어’

발행일 : 2016-11-30 22:48:14

연제광 감독의 ‘홍어’는 우리 사회 특유의 접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경쟁 섹션의 단편 영화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된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픽션이 아닌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한 상황

중소기업 신입 여사원 정민(서은수 분)은 상사인 우 대리(우상기 분)와 함께 홍어집에서 거래처 현 전무(현봉식 분)를 접대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뛰어넘어 실제 상황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픽션 영화인 ‘홍어’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픽션을 구성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생각되는 면도 있다.

서은수, 우상기, 현봉식의 리얼한 연기 또한 리얼한 상황을 잘 살리고 있다. 세 사람은 마치 실생활에서 똑같은 일을 겪어본 사람처럼 느껴진다. 정민 역의 서은수는 몰입해 연기하는 시간에 매우 불편했을 수도 있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아직도 빈번하게 이뤄지는 성희롱에 대해 죄의식을 못 느끼는 정도가 아닌, 자신의 행위가 죄라고 생각조차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회사 내에서의 상하관계보다 상위 거래처와의 상하관계가 더 강력한 것처럼, 회식 자리에서의 성희롱 또한 같은 회사 사람들 간의 회식보다는 거래처와의 자리에서 더 위험하고 불쾌하게 발생할 수 있다.

현 전무는 먹어 본 적이 없다는 정민에게 못 먹는 음식을 억지로 먹게 한다. 소위 상위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방법을 따르게 만들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사회의 모습은 남자에게도 물론 해당되지만, 여자에게는 더욱 민감한 사항이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공간을 잘 살린 단편 영화

‘홍어’의 주 무대는 홍어집이다. 화장실신이 나오긴 하지만, 장소의 이동이 거의 없다. 저예산과 한정된 자원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단편 영화에서 공간을 한정한 기획은 집중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홍어집 테이블에서는 현 전무의 정민에 대한 폭력적 행위가 부각됐다면, 화장실에서는 같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우 대리가 정민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정민은 현 전무에 대해서만 낯설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 대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표현한 디테일은 돋보인다. 사실 정민의 입장에서 보면 현 전무에게만 접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전무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우 대리에게도 함께 접대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어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은 등장인물의 표정에 주목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만든다. 가까이 다가간 카메라는 마치 영상에서 음식 냄새가 전달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효율적으로 단편 영화를 만든 연제광 감독이 만들게 될 장편 영화는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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